사순절 아홉번째
어제는 경칩(驚蟄)이었습니다. 놀랄 경 (驚) 벌레 칩 (蟄)을 쓰는 경칩은 벌레와 개구리 등이 땅 속에서 겨울잠을 끝내고 꿈틀거리는 날입니다. 입춘과 우수를 지나면서 땅이 낮에는 녹고 밤에는 어는 일이 반복되면서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이 변화 속에서 동면하던 벌레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창조의 신비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저는 개구리를 생각할 때마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 한권이 떠오릅니다. "개구리와 함께 하룻밤만 더"라는 제목의 얇은 책입니다. (아마도 얇았기 때문에 읽었을 것입니다.)

"개구리와 함께 하룻밤만 더" (One More Night With the Frogs)는 1956년에 휴 파일 목사가 쓴 글입니다.
이 책의 내용을 이루는 성경구절은 출애굽기 8장 9절~10절입니다.
 
[모세가 파라오에게 말하되 내게 영광이 있나이다. 내가 왕과 왕의 신하들과 왕의 백성을 위해 어느 때에 간구하여 왕과 왕의 집에서 이 개구리들을 멸하고 그것들이 강에만 있게 하리이까? 하니, 그가 이르되 내일이니라 하매 모세가 이르되 왕의 말씀대로 될지니 왕께서 주 우리 하나님과 같은 이가 없음을 아시리이다.]

출애굽하려는 이스라엘백성들과 이를 막는 애굽의 바로왕 사이에 하나님이 개입하셨습니다. 그래서 10가지 재앙이 일어났고 그 중 하나가 '개구리 재앙'이었던 것입니다. 나일강변에 있어야 할 개구리들이 온 천지에 돌아다니게 되어서 잠을 자려고 이불을 젖히면 이미 개구리가 잠을 자고 있었고 설겆이하려고 하면 그곳에서 개구리가 튀어 나왔습니다. 옷을 입으면 주머니에서 개구리가, 밖으로 나서면 도처에 개구리들이 있었으며 죽은 개구리들로 인한 악취도 대단했습니다.
마침내 바로왕은 하나님의 종 모세를 불렀습니다. [주께 간구하여 개구리들이 나와 내 백성에게서 떠나게 하라. 내가 백성을 가게 하리니 그들이 주께 희생을 드릴 것이니라.](출 8:8)
모세는 기뻐하면서 묻습니다. “내가 왕과 왕의 신하들과 왕의 백성을 위해 어느 때에 간구하여 왕과 왕의 집에서 이 개구리들을 멸하고 그것들이 강에만 있게 하리이까?” 이에 바로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내일 그리할지니라!” 내일! 그래서 그 책의 제목이 '개구리와 함께 하룻밤만 더!'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글을 더 쓸수도 있겠지만 여러분도 이미 눈치를 채셨을 것입니다. 주님은 '지금'을 말씀합니다. "보라 지금은 은혜받을만한 때요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 그러나 사탄은 '내일'하라고 말합니다.
당장 개구리를 떠나게 할 준비를 하셨던 하나님 앞에서 바로의 결정은 '내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내일이 되었을 때 개구리는 또 다른 이유로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2020.03.06.
새벽기도후
김은엽목사